이창현 기자 기사입력  2013/12/13 [17:12]
'월인석보' 구권 새긴 옥책 첫 발견
정광 교수 "월인석보, 세종 29년 이전에 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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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인석보' 옥책.   <사진 제공=김희일 서울 홍산문화 중국도자박물관 관장>
[이창현 기자] 조선의 임금 세조가 1459년에 만든 것으로 알려진 보물 제745호 '월인석보(月印釋譜)'의 옥책이 새롭게 발견됐다.

 

국어학자 정광 고려대 명예교수는 “최근 ‘월인석보가’ 세조 5년에 만든 것이 아니라 12년 앞선 세종 29년(1447년)에 개성 불일사에서 제작했다는 기록을 담은 옥책이 새롭게 발견됐다"고 밝혔다.

 

석가의 일대기를 담은 불교대장경인 '월인석보'는 '석보상절(釋譜詳節)'과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의 합편이다.

 

'월인석보'는 세종 28년(1446년) 세종의 부인인 소헌왕후가 승하한 뒤 세종이 명복을 빌기 위해 둘째 아들 수양대군(세조)을 시켜 만든 최초의 한글 불서다. 수양대군이 '석보상절'을 지어 올리자 세종이 석가의 공덕을 찬송해 직접 지은 노래가 '월인천강지곡'이다.

 

'석보상절'과 '월인천강지곡'은 세종 28년경에 간행됐지만 '월인석보'만은 이보다 12년 후인 세조 5년(1459년)에 처음으로 간행됐다는 것이 그동안의 정설이다.

 

그러나 정 교수는 초간본 '월인석보'의 권두에 실린 세조의 '어제서문(御製序文)'을 근거로 '월인석보'는 세종 생존 시에 간행한 구권(舊券·옛 글월)과 세조 때에 간행된 신편(新編)이 있으며, 현존하는 세조 5년의 간기(刊記)를 가진 '월인석보'는 신편이라고 주장했다.

 

정 교수는 "하지만 일제강점기 한국에서 활동한 일본 불교학자인 에다 도시오(江田俊雄)는 '월인석보'에 대해 처음으로 해제를 쓰면서 이 서문을 구권이 실제로 존재한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적을 부왕인 세종에게 돌리려고 하는 겸양(謙讓)의 말로 간주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월인석보'의 구권이 현존하지 않은 가운데 에다의 주장이 광복 이후에도 그대로 받아들여지면서 세조의 '어제서문'은 무시됐다"면서 "그런데 '월인석보' 옥책이 이번에 새롭게 발견됨으로써 기존의 학설을 뒤집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희일 서울 홍산문화 중국도자박물관 관장이 입수한 '월인석보' 옥책은 전 12권, 총 364편의 옥편으로 돼 있다. 옥편 가운데 12편은 '월인석보'를 겉표지로 하고, 다른 12편은 '월인천강지곡석보상절'을 속표지로 하고 있다. 제1권의 마지막 편 끝 부분에는 '불일사 정통 12년'의 간기(刊記)를 새겨 넣었다.

 

불일사 사찰은 고려 광종 2년(951년)에 창건돼 1500년 이후 전란으로 완전히 소실돼 5층 석탑만이 북한 문화재로 지정돼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전란 와중에 옥책은 땅속에 묻혀 잊혔다가 이번에 처음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정 교수는 "이 옥책은 '월인석보' 구권의 권 8을 한자도 남기지 않고 충실하게 옮겨 새기도록 노력한 것으로 한자음은 오른쪽에 훈민정음의 동국정운식 주음(注音)을 먼저 달고 왼쪽에 한자를 기입했다"면서 "한글 주음을 우선하고 한자를 그 아래에 쓴 '월인천강지곡'과 유사한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옥책은 그동안 여러 기관으로부터 진위를 검증했고 옥 전문가로부터 기법에 대한 감정을 받은 진품"이라며 "'월인석보' 구권을 옮겨 새긴 이 옥책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는 말할 것도 없이 '월인석보'라는 이름의 불서가 정통 12년, 즉 세종 29년 이전에 간행됐음을 알려준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통 12년 이전의 '월인석보'가 존재한다면 신편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책의 권두에 언해본이 부재됐을 것이고 그 이름은 '세종어제훈민정음'이 아니라 그냥 '훈민정음'일 것"이라며 "왜냐하면 그 시기는 세종이 아직 생존했을 때이고 당시에는 그의 존호(尊號)가 '세종'이 될지는 아무도 모를 시기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편,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논문은 국어학(국어학회) 제68호에 게재할 예정이며 옥책 발견으로 ‘월인석보’의 간행과 훈민정음의 반포에 대한 기존의 학설들을 뒤집고 다시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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